지위와 배경을 벗었을 때 내 실력
나력 (裸力)
S사 구매부서에서 근무하는 후배 박 차장.
국내 굴지의 기업에 있는데다 구매부서에서 일하고 있기에 언제나 갑의 지위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다.
그래서인지 사적인 자리에서도 자신이 거래하는 을 업체에 대해 "내 한마디면 당장 거래가 끊어질 수 있는데 이사랍시고 와서~ 아휴 참"이라며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을 하곤 한다.
배경과 구매부서 차장이라는 직책을 떼놓더라도 이렇게 큰 소리를 칠 수 있을까? 라는 생각이 들었다.
사마천 <사기>의 '관안열전'에 나오는 이야기이다.
어느 날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인 안자가 외출을 하려는데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자기 남편을 엿보고 있었다.
안자의 마부인 남편은 마차의 큰 차양 아래에 앉아 네 마리 말에 채찍질을 하며 의기양양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.
마부가 돌아오자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.
"키가 여섯 자도 안 되는 안자는 재상이 돼 명성을 날리고 있지요.
오늘 재상의 모습을 보니 품은 뜻은 깊고
항상 자신을 낮추는 겸허한 자태이더군요.
그런데 키가 여덟 자나 되는 당신은
남의 마부 주제에 아주 만족스러워하더군요.
그 후 마부의 남편은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졌다.
안자가 이를 의아하게 여겨 까닭은 물으니
마부가 사실대로 대답했고 이에 안자는
마부를 대부로 천거했다.
기분이 좋아서 우쭐대는 모습을 나타낼 때
의기양양, 득의양양이라는 표현을 쓰는데
그 출전이 바로 이 '마부'의 이야기이다.
나는 후배를 보면서 자꾸 그 마부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.
자신의 지위와 배경을 다 벗었을 때에도 오롯이 자신을 세울 수 있는
나력(裸力)을 키워야 한다.
그러나 나력 없는 우쭐거림은
모래위에 위태롭게 쌓아올린 누각일 뿐이다.
P.S. 이 이야기는 마부인 남편을 출세시킨 아내의 성공 스토리 같지만 성숙해진 마부를 대부로 발탁한 안자의 남다른 안목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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